폭식증? 하지말라면 더 하고싶은 게 사람 심리
안녕하세요. 식이장애를 고치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기록, 3월 23일차입니다.
저는 요근래 잠시 바빴던 터라 매일 쓰려고 다짐했던 이 기록을 며칠동안 못 썼어요. 아무래도 이 일기는 공개적인 일기라 뭔가 얘기를 정리해서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제가 며칠동안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폭식증을 기록한 책을 만나다
중고서점에 책 사러 갔다가 우연히 '나는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웠다'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폭식증을 8년이나 겪은 작가분의 그림에세이인데요, 정말 많은 부분이 공감가고, 읽으면서 그 마음이 느껴져 소리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서점에서 책을 쭉 훑어보다가, 제목이 너무 제 마음을 대변한 것 같아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매해왔는데, 후회 절대 없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에요. 가격은 14000원 정도고, 두께는 얇지 않지만 만화라서 편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요.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5490858
(네이버 포스트에 이 책의 일부를 발췌한 글이 있더라고요.)
저는 사실 이 책 초반을 넘기면서 "이 책의 결말, 끝이 식이장애를 고치지 못했다는 거라면 어떡하지? 식이장애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다고... 아니면 '건강한 다이어트'와 같은 얘기로 결론지어지면 어떡하지? 어쨌든 다시 날씬해져서 지금은 행복하다는 식으로 말야. 그것도 아니면 그 방법이 나같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이면 어쩌지. 그러면 난 더 우울할 것 같은데.. 결론은 대체 뭘까. 8년 간의 식이장애는 어떻게 끝이날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말이 궁금했어요. 8년 간의 식이장애를 겪은 작가는 결국 어떻게 되는지.
결론으로, 작가는 식이장애를 극복하는데 어떠한 대단한 방법도 얘기하지 않아요.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대단한 방법을 찾아 여러 선생님들도 만나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이장애를 극복해요.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 돌아가요. 이 세상을 즐길줄 아는 사람으로요. 더이상 0.5키로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인간 그 자체로요. 건강한 다이어트 따위 외치지 않는 인간 그 자체로요.
'나는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이 세상을 즐기기 위해 태어났다.' 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게, 본인이 세상과 문명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걷는 것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요. 8년의 식이장애 기간동안 혼자 틀어박혀 지내다가요. 식이장애가 있으면 사람들이랑 같이 밥 먹는 게 무섭고, 외식도 무섭고, 외모평가 때문에 다른 사람도 만나기 싫어지잖아요. 혼자있고 싶어지는 시간이 늘고요.
작가는, 한 발자국씩 나가면서 많은 부분을 극복해내요. 그리고 일상을 살아요. 마치 그냥 숨쉬는 것 처럼요.... 식이장애 겪어보신 분들은 아실거예요. 다 괜찮으니까, 정말 다 괜찮으니까, 그냥 나도 평범하게 먹고, 자고, 일할 수 있길 바라잖아요. 작가는 그렇게 돼요.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 돌아가죠. 어떠한 결말보다 아름다웠어요. 식이장애를 극복하는 대단한 방법을 소개하지도 않고, 어떤 비법이라는 게 등장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건 도리어 우리가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대단하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식이장애는 마음의 병입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란거예요. 식이장애를 결코 그냥 냅두지 마세요. 아픈건 아프다고 해야 낫는답니다.
작가가 한 말중 많이 와닿았던 '그냥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
이렇게 책 감상 후기를 마치고, 제가 하루동안 먹은 음식들을 보여드릴게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사과랑 감을 먹었어요. 사과가 아삭아삭하니 맛있더라고요. 저는 과일을 차게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상온에 두었다가 미지근하게 먹는 게 더 달더라고요 ㅎㅎ
먹고 군고구마도 하나 먹었어요. 그리고 컴퓨터로 문서 정리를 하면서 아몬드도 먹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요.
문서 정리를 하고, 필름 카메라 현상을 해야해서 사진관에 다녀오는 길에 신전떡볶이에서 치즈떡볶이 1인분을 포장해왔어요.
계란 삶아서 넣어먹을까 했는데 집에 오니까 엄마가 끓여두신 북엇국이 있길래 북엇국이랑 같이 먹었어요.
뭐먹을까 고민하다가, 딱히 먹고 싶은건 없는데 그냥 신전이 떠올라서 사왔어요. 먹고싶은 걸 그때그때 먹어주면 나중에 폭식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러면 음식에 대한 집착이 점점 사라져요. 그래서 전 요즘 딱히 엄청 먹고 싶은 게 없어요 ㅋㅋㅋ
신전도 그냥 먹으면 먹고 말면 말지~ 이런거였는데 떠오른 김에 먹어주자 싶어서 사왔어요.
진짜 먹고 싶을 때까지도 기다리지 않아요. 그러면 그때 또 엄청 먹을게 뻔하니까요. 곤약떡볶이요? 현미쌀떡이요? 그냥 떡볶이 드세요.... 대체품 먹는다고 정말 대체 되지 않습니다. 한 순간이죠. 결국은 폭식이 터졌을 때 그런 음식들을 마구 밀어넣게 될 수가 있어요.
북엇국 먹으면서 떡볶이 같이 먹었더니 배가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위 사진만큼 남겼어요. 남은 떡볶이는 저녁에 가족들이 헤치워줬답니다 ㅋㅋㅋ
이건 떡볶이 먹고 난 뒤 후식이에요. 곶감이 있더라구요 집에??? 그래서 맛있게 하나 먹어줬지요.
저녁이에요. 엄마가 집에 오시는 길에 김밥을 사오셨어요. 김밥이랑 된장찌개 좀 먹어주고, 오징어 숙회, 갈비 몇 점도 같이 곁들어먹었습니다. 떡볶이는 아까 점심에 먹어서 안 먹고 싶더라고요.
이렇게 오늘 하루동안 보냈어요.
예전에 다이어트했을 때는, 가족들 거실 식탁에서 밥 먹으면 전 방으로 문 닫고 들어갔거든요ㅋㅋㅋㅋㅋ 근데 지금은 식탁에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이게 맛있네 저게 맛있네 하니까 너무 좋아요. 사람사는 것 같아요. 이제는 일반식이라는 말이 너무 어색해요. 예전에는 막 한끼라도 다이어트식이 아닌걸 먹으면 일반식 먹었다고 그랬을텐데....
하 일반식 ㅋㅋㅋ 참.. 지금 생각하니까 기괴하네요.
다이어트식과 일반식을 구분해놓고 , 먹어도되는 다이어트식, 먹으면 살찌는 일반식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다 음식인겁니다. 치팅데이에만 먹을 수 있는 일반식이 아니고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