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심한 다이어트 경력과 엄청난 강박에 약 2년정도 사로 잡혀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1년 전부터 꾸준히 노력했으나 완전히 치유하진 못한 상황입니다.
외로움이 심할 때(특히 해외생활을 길게 지속하는 경우),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을 때, 몸무게 강박이 심해질 때, 다이어트를 위한 절식을 반복할 때 폭식증이 도지죠. 그리고 그 폭식증은 기간이 다양해요. 일주일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한 달이라는 시간내내 폭식을 할 때도 있고, 그리고 나선 또 절식을 한 뒤 또 폭식을 하는.. 아주 다양한 패턴을 겪어왔어요.
특히 가장 심했을 때는 거의 6개월 내내 폭식과 절식을 반복했던 교환학생 때였는데, 흔히 말하는 건강식으로 폭식을 했었어요.
현미밥, 계란, 새우, 고구마, 과일 .....
외식도 한 번 마음 편하게 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밥을 해 먹었으나 폭식으로 인해 식비는 굉장히 많이 들어갔고, 외국인 친구들과 술도 마음 놓고 즐기지도 못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에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살은 15키로가 쪘어요. 사람도 만나기 싫었고, 심지어 엄마에게 조차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다이어트로 살을 한창 뺐을 때, 엄마가 저 예쁘다고 많이 해주셨었거든요? 근데 살이 찌고 나니까 제가 엄마를 실망시킬 것 같은거예요. 젊은여성에게 가해지는 몸매잣대가 심하잖아요. 말라야하고, 예쁜 옷을 적당히 잘 소화해내야하는 몸을 가져야 자기관리를 잘하는 여자라고 하잖아요. 근데 살이 쪘으니 자기관리를 제대로 못한 여자가 된 것 같고, 이런 딸을 가진 엄마에게 미안한 감정까지 들었어요.
제 몸을 거울로 볼 때마다 혐오의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나를 사랑하고자, 자존감을 높이고자 한 다이어트였는데, 결론적으로 나를 혐오하는 것까지 와버린 거죠.
폭식증을 겪은 이유는 날씬한 몸매에 대한 집착과 그로인해 생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너무 많았어요. 모든 걸 제한했었죠. 항상 닭가슴살에 야채 고구마 같은 것들만 2년을 먹었어요. 새로운 다이어트 정보와 후기들을 찾아 항상 헤맸고요. 부모님과 나가서 외식을 하지도 않았어요. 가족 식사에도 제대로 참석을 못한거죠. 나가서 맛있는 음식들을 보면 눈 돌아갈게 뻔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애초부터 참석을 하지 않는거예요. 집에서 닭가슴살이나 데워먹는 게 마음 편했던 거죠. 그러다보니까 못 먹는 음식들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져갔어요. 흔히 입 터진다고 하죠? 한 번 입이 터지면 ‘오늘만 먹어야겠다’라는 생각때문에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들을 다 집어넣는 거예요. 어느 날은 치킨, 케이크, 빵을 저녁에 엄청 많이 먹어서 배가 찢어질 듯이 아파 잠을 제대로 못 잔 적도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 날 전 어떻게 했을까요? 굶었죠.
전 평소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고르기 위해 나는 10분 이상을 허비해야했어요. 음료수 뒤에 적힌 영양성분표에서 지방은 몇 그램인지, 당은 몇 그램인지 모두 확인한 뒤 가장 건강하다고 하는 걸 골라야했기 때문에요. 그렇게 해서라도 사서 먹으면 좀 다행이에요. 대부분의 경우 제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이거는 당류가 5그램 이상이라서 안되고, 저거는 나트륨이 너무 많고, 또 저건 지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결국 빈 손으로 편의점을 나오고 주린 배를 부여잡았어요. 그렇게 또 굶고, 집에가면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고구마,과일, 닭가슴살...)로 폭식을 시작하죠. 방울토마토를 참 많이 먹었던 것 같네요.
현재 폭식증을 겪고 살이 찐 지 1년이 넘게 지났어요. 1년 반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약 반 년동안은 최대한 놓아버리려고 많이 노력해왔고 하고 있어요. 외식도 하고, 맛있는 것도 해 먹고, 요리나 홈베이킹에 취미도 붙여보고, 이 세상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없다고 생각하며, 맛은 없지만 억지로 먹었던 다이어트 음식도 다 버렸어요. 어차피 그런 것들은 내 식욕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제가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혼자 먹지 않고 사람들과 즐기면서 먹기를 가장 베이스로 해서 실천하고 있어요.
근데 처음엔 이게 너무 어려웠어요.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겠죠.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폭식증을 겪고 있으면서도 다이어트를 했었거든요. 다이어트 식단을 먹고 열심히 운동한 뒤에 또 다시 폭식, 폭식하고나면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또 다시 빡센 식단과 절식, 절식을 하고 나니 또 폭식... 이런 과정에서 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간헐적 단식이었어요. 예전에 다이어트를 할 때도 간헐적 단식을 했었지만 그때는 살이 좀 빠지긴 했었어요. 근데 폭식증이 생긴 이후로 저에게 간헐적 단식은 오히려 독이 되었어요. 1시간 동안 고구마 왕창, 과일 왕창 다 헤치우고 나면 죄책감이 밀려왔지만(사실 먹는 도중에도) ‘간헐적 단식’은 저에게 “20시간 단식 들어가면 돼 괜찮아” 라고 폭식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했어요. 그리고 간헐적 단식은 16시간 공복과 8시간 먹는 시간 혹은 20시간 공복 4시간 먹는 시간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진행되는데, 저는 그 “먹는 시간”에 굉장히 집착해서 “이 때가 아니면 못 먹는다. 또 16시간이 넘는 공복을 견뎌야한다”는 생각때문에 더 많이, 더 배부르게 먹어치워댔어요.
건강하고 아무런 문제 없는 사람에게 간헐적 단식은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은 여러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했을 때, 높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와 같이 다이어트 강박이 심하거나 그로 인해 폭식증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에게 간헐적 단식은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나의 경우 뿐만 아니라 내 주위에도 그런 경우를 봤고, 인터넷의 각종 폭식증 후기 들을 보면 간헐적 단식이 악영향을 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간헐적 단식을 그만두었었죠. 근데 요 근래 폭식증이 괜찮아 진 것 같아 다시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었어요. 그리고 조금 칼로리가 낮은 음식들로 식단을 꾸렸죠. 한 3-4일은 꽤 잘 진행했어요. 하지만.... 그 이후의 결과는 처참해요. 오늘 엄청난 과식을 했거든요.
약 18시간의 간헐적 단식을 끝내고 오늘 아침에 리코타치즈, 삶은 계란, 사과 한 쪽을 먹었어요. 그런데 뭐가 계속 먹고 싶고 배가 더 고픈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빠르게 오트밀 40그램을 물에 끓인 뒤 먹었으나 식욕은 가시질 않았어요.

그래서 빵 한 쪽에 버터, 딸기잼을 왕창 발라서 먹기도 했죠. (사진에는 없지만 버터를 많이 꺼내먹었어요)

그랬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더 무언가 먹고 싶었어요. 배가 불러 오는 듯 했지만 더 더 먹고싶다는 생각만 들었죠.... ㅠㅠ

점심이라고 해놨지만 사실 점심이 아니라 아침 먹고 30분 뒤에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먹은 거예요. 점심시간에 먹은 게 아닌거죠. 집에 있던 소고기와 김치를 구워먹었어요. 저 후라이팬이 지름 20cm 짜리라서 많이 작긴해요. 고기양은 약 100그램정도?
고기까지 먹고 나니까 배가 부른 것 같았어요. 근데도 (사진은 없지만) 리코타 치즈를 더 꺼내 먹었어요.

달달한 게 먹고 싶어 약과를 다섯개를 꺼내먹었어요. 여기까지 먹으니 진짜 배가 불렀어요. 그래도 뭔가 더 먹고 싶은 욕구가 좀 들긴했어요. 근데 출근할 시간이라 일을 잠시 나갔어요.

일이 끝나고 카페로 가서 에스프레소를 시켰어요. 폭식증이 있는 경우 집에 혼자 있으면 안돼요. 무조건 밖으로 나가 바쁘게 살아야 해요. 집에서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 안돼요.
사실 제가 폭식증이 심할 때는 밖에 나가서도 폭식을 했었어요. 이 빵집가서 빵 두 개 사서 먹고, 옆 분식집 가서 떡볶이 먹고, 카페가서 케이크 시키고, 편의점가서 또 빵 사고... 과자사고.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폭식을 하는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 등 지인들을 만나보는 걸 추천해요. 폭식증이 없는, 일반적인 식습관을 가진 평범한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밥 먹어야하고 후식도 먹으러가야해서 사람들을 만나길 굉장히 꺼려했어요.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은 잘 아실 거예요.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칼로리가 높잖아요. 뭐가 들어갔는 지 성분도 불확실하고요. 그래서 전 외식을 못했거든요. 강박 때문에.
근데 그런 생각 잊고 사람 만나서 외식도 하고 카페도 가야해요. 혼자 돌아다니면서 폭식하는 것보단 주위사람들이랑 맛있게 밥 한끼 먹고 카페가서 케이크 한 조각 먹는 게 훨씬 낫기도 하고, 그렇게 평범하게 먹다보면 음식에 대한 집착이 줄어요. 나 혼자 폭식하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거죠. 그리고 또, 평범한 사람들과 외식을 하다보면 나도 저절로 양 조절이 돼요.
폭식증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남들 앞에서 먹는 걸 어려워하세요. 먹는 게 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과 먹을 땐 평범한 사람이 먹는 양처럼 먹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죠. 이러한 점을 이용해보는 거예요. 혼자 집에 박혀있지 않기!
그렇지만 매일 매일 사람 만나는 건 좀 어려울 수 있겠죠? 그러면 밖으로 일단 나가서, 바로 빵집이나 이런 곳으로 가지말고, 분위기 좋은 카페로 가서 책이라도 읽어보는 거예요. 십자수를 해도 좋고, 다이어리를 써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아요. 손을 움직이는 일을 해보는 거예요. 가만히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것 보단 무언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해봐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들고나가서 글을 쓰곤 해요. 책을 읽기도 하고요. 폭식증이 생긴 이후로 심리학과 명상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제가 폭식증을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극심한 폭식증과 다이어트 강박에서, 현재의 수준까지 끌어올려주는 데 도움을 준 책들이 많아요. 다음에는 그런 책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져볼게요. 독서는 언제나 사랑입니다.

아까 오전에 과식을 했죠? 그랬더니 저녁 일곱시까지 배가 하나도 안 고프더라고요. 근데 좀 출출한 느낌이 들어 스무디를 갈아먹어줬어요. 뭐를 먹기엔 더부룩하기도 했고, 딱히 먹고 싶은 게 안 떠올랐거든요.
저는 양배추-사과-바나나 순으로 넣었는데 저렇게 넣으니까 안 갈리더라고요.. 사과부터 넣고 양배추 넣고 바나나를 넣어야 잘 갈리는 것 같아요. 되직하게 먹는 걸 좋아해서 물은 조금만 넣었어요.
예전 같으면 오전에 과식했으니 공복시간을 오래 유지해야한다며 다음 날까지 굶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이젠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하지 않을 거예요.

바나나 1, 사과 1, 양배추를 넣고 갈았더니 이렇게 한 컵 좀 넘게 나왔어요. 사과는 깎아서 넣는 게 식감 면에서는 좋을 거예요. 하지만 전 그냥 껍질까지 먹었어요 ㅎㅎ
어제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포인트가 있다면 어제 오전에 과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오래 지속하지 않고 그 이후 절식을 하지 않은 거랑, 더 이상 집에 있으면 폭식할 것 같아 밖으로 나가 책을 읽은 점이겠네요.
저도 이렇게 잘 지내다보면 폭식증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겠죠? 식이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 우리 모두 힘내봐요!
그럼 내일 아침, 일기로 또 다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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